소라게에게 적합한 온도는 '오직' 섭씨 27~30도 일까요?
육지소라게 사육 정보를 보다 보면 꽤 익숙한 숫자가 있습니다.
27~30℃.
저 역시 이 범위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는 궁금했습니다.
정말 27℃부터가 ‘적합’이고, 26℃ 이하는 ‘부적합’일까요?
예를 들어 사육장이 25℃라면 바로 문제가 생기는 걸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사육글을 다시 인용하는 대신, 실제 Coenobita를 대상으로 온도 실험을 한 논문들을 찾아봤습니다.
먼저 결론부터 살짝 말씀드리면,
27~30℃가 틀렸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27~30℃만이 유일하게 정상적인 범위라고 보기에는 실제 연구 결과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1. 25℃에 실제로 5일간 둔 Coenobita brevimanus먼저 1981년 McMahon과 Burggren의 연구입니다.
논문 제목은
「Acid-Base Balance Following Temperature Acclimation in Land Crabs」
입니다.
제목이 벌써 상당히 논문답습니다.
여기서는 편하게 **「25℃ 온도순응 논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연구자들은 육지소라게 Coenobita brevimanus를
25℃ → 15℃ → 25℃ → 35℃ → 25℃
순서로 온도를 바꾸며 실험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각 온도에 얼마나 오래 있었느냐겠죠.
논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acclimated for 5 days”
즉 각 온도에서 5일간 순응시킨 뒤 혈림프를 채취해서 pH, 이산화탄소 분압(Pco₂), 총 CO₂량 등을 측정했습니다.
그럼 그래서 25℃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느냐가 중요합니다.
논문의 표를 보면 25℃에서 여러 차례 측정한 C. brevimanus의 평균 혈림프 수치는 대략 다음과 같았습니다.
pH: 7.64
Pco₂: 8.8 torr
총 CO₂: 19.1 mmol/L
HCO₃⁻: 18.77 mmol/L
그 상태에서 온도를 35℃로 올리자 평균 pH는 약 7.67 → 7.50으로 내려갔고, Pco₂는 약 8.1 → 10.4 torr로 올라갔습니다.
반대로 중탄산염(HCO₃⁻)은 약 17.78 → 13.68 mmol/L로 감소했습니다.
즉 온도가 변하자 혈림프의 산-염기 상태도 실제로 온도에 따라 체계적으로 변했습니다.
연구진이 계산한 C. brevimanus의 pH 변화는 온도가 1℃ 상승할 때 약 0.017~0.018 pH 단위 감소하는 수준이었고, 연구자들은 이를 다른 변온동물에서도 나타나는 온도에 따른 산-염기 조절과 비교했습니다.
그런데 15℃로 내렸을 때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논문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became torpid, and a few animals died.”
쉽게 말하면,
소라게들이 심한 무기력 상태에 빠졌고, 일부 개체는 실제로 죽었습니다.
연구진은 결과 부분에서 15℃가 이 동물들에게 정상적인 환경범위보다 낮았으며, 실제로 약간의 폐사가 발생했다고 설명합니다.
혈림프에서도 25℃와 똑같은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25℃에서 약 8~9 torr였던 Pco₂가 15℃에서는 약 5.7 torr까지 내려갔고,
중탄산염 역시 약 19~22 mmol/L 수준에서 13.71 mmol/L로 떨어졌습니다.
연구진은 이 15℃ 결과를 꽤 직접적으로 해석합니다.
개체가 지나치게 무기력해지면서 대사능력이 크게 감소했고, 그 때문에 CO₂와 중탄산염 수준을 충분히 조절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반면 25~35℃에 대해서는 이런 표현을 씁니다.
“the animal is normally active”
즉 25~35℃ 구간에서는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연구자들은 오히려 15~25℃ 구간을 “strongly adverse conditions”, 즉 매우 불리한 조건이 포함된 구간으로 설명하면서, 특히 15℃에서 나타난 torpor를 강조했습니다.
여기가 꽤 중요합니다.
이 논문에서
15℃와 25℃는 둘 다 ‘27℃ 미만’이라고 한 묶음으로 취급되지 않았습니다.
15℃에서는
심한 무기력 → 대사 저하가 의심되는 혈림프 변화 → 폐사
까지 나타났습니다.
반면 25℃에서는 그런 상태가 보고되지 않았고, 개체를 5일 동안 순응시킨 뒤 정상적으로 생리 측정을 계속했습니다.
물론 이걸 가지고
“그러므로 25℃가 최적온도다!”
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그걸 조사한 실험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27℃ 아래에서는 육지소라게가 정상적인 생리활동을 하기 어렵다.”
라는 주장과는 꽤 다른 결과입니다.
2. 다른 종에서는 18~30℃의 생리 반응을 직접 조사했습니다이번에는 Coenobita clypeatus입니다.
1984년에 Wheatly, Burggren, McMahon이 발표한
「The Effects of Temperature and Water Availability on Ion and Acid-Base Balance in Hemolymph of the Land Hermit Crab Coenobita clypeatus」
라는 논문입니다.
제목을 계속 읽다 보면 본문 보기 전에 지치므로...
여기서는 **「18~30℃ 생리 논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초록부터 이렇게 시작합니다.
“Temperature acclimation (18–30°C)”
말 그대로 C. clypeatus를 18~30℃ 범위의 온도에 순응시키면서 혈림프의 이온과 산-염기 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조사했습니다.
여기에서도 결과가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소라게에게 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했을 때는
“maintained a constant degree of hydration”
즉 온도조건이 변하는 동안에도 체내 수분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온도가 올라가자
“produced a reduction in pH”
혈림프의 pH가 실제로 감소했습니다.
동시에 혈림프의 CO₂ 분압은 올라갔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런 변화가 변온동물이 온도 변화 속에서도 체액의 상대적인 알칼리성을 조절하는 전형적인 생리반응과 맞는다고 해석했습니다.
즉 이 연구에서도 온도가 달라지자 몸속 상태가 그냥 아무렇게나 흔들린 것이 아니라,
체내 수분을 유지하면서 혈림프의 pH와 CO₂ 상태를 온도 변화에 맞춰 조절하는 변화가 실제로 관찰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18℃가 좋은 사육온도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건 전혀 다른 질문입니다.
다만 이것 역시 Coenobita의 생리적 온도반응을
27℃ 미만 = 기능 불가능
이라는 단순한 선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자료입니다.
3. 이번에는 ‘몸속 수치’ 말고 실제 행동을 봅시다여기까지는 생리학 이야기라서 조금 답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로
“25℃에 놔두면 얘가 어떻게 움직였는데?”
를 볼 수 있는 연구를 가져왔습니다.
2023년 Sakich 등의
「Hot crabs with bold choices: Temperature has little impact on behavioural repeatability in Caribbean hermit crabs」
입니다.
대상은 성체 Coenobita clypeatus입니다.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 15℃, 20℃, 25℃, 30℃, 35℃ 조건을 이용해 소라게의 행동반응을 반복 측정했습니다.
논문에서도 실험 범위를
“air temperatures of 15–35 °C”
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결과는 이렇게 요약됩니다.
“mean behavioural latencies decreased”
온도가 올라갈수록 행동반응까지 걸리는 시간이 줄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논문은 더 재미있는 게 있습니다.
연구팀이 실험 원자료까지 공개했습니다.
저도 이번 글을 작성하면서 그 원자료를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25℃ 조건에서는 24개체를 대상으로 총 96회의 행동측정 기록이 있습니다.
놀라서 껍데기 안으로 들어간 뒤 다시 반응하기까지 걸린 시간의 중앙값은
25℃: 58.53초
였습니다.
비교하면,
15℃: 117.88초
20℃: 65.40초
25℃: 58.53초
30℃: 63.28초
35℃: 50.60초
였습니다.
또 뒤집힌 뒤 자세를 회복하는 데 걸린 시간의 중앙값은
15℃: 215.65초
20℃: 162.47초
25℃: 94.40초
30℃: 84.92초
35℃: 67.69초
였습니다.
여기서 15℃와 25℃ 차이는 꽤 큽니다.
특히 연구에서는 행동하지 않을 경우 300초에서 기록을 종료했는데,
놀람반응 실험에서 300초까지 반응하지 않은 기록은
15℃에서는 96회 중 36회,
25℃에서는 96회 중 2회
였습니다.
뒤집기 실험에서도
15℃에서는 96회 중 30회,
25℃에서는 96회 중 7회
가 300초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25℃에서도 행동했습니다.”
정도가 아닙니다.
같은 실험에서 15℃에서는 행동반응이 눈에 띄게 느려지고 무반응 기록이 크게 늘어난 반면, 25℃에서는 그 지연이 상당히 줄어든 상태가 실제 데이터로 확인됩니다.
다만 여기서 또 너무 멀리 가면 안 됩니다.
35℃에서 반응시간이 더 짧다고 해서
35℃가 더 건강한 온도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 실험이 측정한 것은 어디까지나 행동반응 속도이기 때문입니다.
장기 생존, 탈피 성공률, 성장률, 번식 성공률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4. 오히려 온도를 직접 고르게 했더니 27~30℃만 고르지도 않았습니다같은 2023년 연구에는 꽤 흥미로운 실험이 하나 더 있습니다.
소라게에게 특정 온도를 강제로 준 것이 아니라, 온도구배 안에서 약 8시간 동안 자유롭게 이동하도록 두고 어느 온도를 선택하는지 측정한 실험입니다.
연구팀이 공개한 분석파일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exploring a temperature gradient for ~8 hours.”
그리고 개체가 머문 온도의 중앙값을 이용해 thermal preference를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의 공식 분석값을 보면,
바닥재가 없는 조건에서는 중앙 선택온도가 약
23.09℃
였고,
바닥재가 있는 조건에서는
20.92℃
였습니다.
두 조건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p = 0.169
였습니다.
연구팀은 그래서 바닥재의 존재가 온도선호 결과에 영향을 주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연구자가 직접 분석 파일에
“Thermal preference is not at all repeatable”
이라고 적어놓았습니다.
실제로 개체별 반복성 추정치도 R = 0, 신뢰구간은 0~0.612였습니다.
즉 같은 소라게가 매번 완전히 똑같은 온도만 골랐다는 증거는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여기서도
“소라게의 최적온도는 21℃다!”
라고 뒤집어 주장하면 안 됩니다.
그건 이 연구가 보여준 것보다 훨씬 강한 주장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는 분명히 흥미롭습니다.
성체 C. clypeatus에게 온도를 직접 고르게 했을 때 27~30℃에만 머물렀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 실험에서 계산된 대표적인 선택온도는 20℃대 초반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24~26℃는 ‘적정온도’인가?여기서 제가 처음 생각했던 결론과 실제 조사 결과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24~26℃도 적정온도라는 걸 논문으로 입증해보자.”
정도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찾아보고 나니 그렇게까지 말하는 것도 과했습니다.
Elicit으로 관련 논문 100편씩을 다시 좁혀가며 성체의 온도선호, 장기간 생존, 24℃·25℃·26℃ 실험을 따로 찾아봤지만,
성체 Coenobita를 24~26℃에서 장기간 사육하면서 성장·탈피·생존·번식을 비교하여 이 범위를 ‘최적’이라고 확립한 논문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24~26℃가 육지소라게의 최적온도다.”
라고 쓰면 현재 근거보다 너무 나갑니다.
그런데 똑같은 기준을 반대로 적용해야 합니다.
“27~30℃만이 소라게에게 적합하며, 27℃ 아래는 부적합하다.”
라고 말하려면 역시 그 경계가 실제 연구로 확인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확인한 자료에서는 그 선이 그렇게 깔끔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C. brevimanus는 25℃에서 5일 동안 순응하며 생리조절을 했고, 15℃에서는 심한 무기력과 폐사가 나타났습니다.
C. clypeatus에서는 18~30℃ 범위에서 혈림프의 온도 적응반응이 측정되었습니다.
또 다른 성체 C. clypeatus 실험에서는 25℃에서 96회의 행동실험이 이루어졌고, 같은 실험의 15℃ 조건보다 행동 지연과 무반응 횟수가 크게 적었습니다.
심지어 자유롭게 온도를 선택하게 한 실험에서는 대표적인 선택온도가 20℃대 초반으로 나왔습니다.
이 모든 결과를 놓고 보면 적어도
“26℃까지는 나쁘고 27℃부터 정상이다.”
같은 아주 선명한 경계선을 그을 근거는 찾기 어렵습니다.
결론그러면 소라게에게 적합한 온도는 정말 27~30℃ ‘뿐’일까요?
현재 제가 확인한 연구들을 기준으로는,
그렇게까지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27~30℃가 틀렸다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또 24~26℃를 새로운 절대정답으로 만들자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현재 자료가 보여주는 것은 조금 더 복잡합니다.
25℃에서도 일부 성체 육지소라게가 생리적 조절과 행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한 직접적인 자료가 있습니다.
반대로 15℃ 정도까지 낮아졌을 때는 심한 무기력, 행동지연, 일부 폐사 같은 명확한 변화가 실제로 관찰되었습니다.
즉 적어도 현재 자료에서는
‘27℃’라는 숫자를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칼로 자르듯 나누는 결과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단계에서 제가 가장 조심스럽게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이렇습니다.
24~26℃는 적어도 일부 Coenobita 종에서 생리활동과 행동이 가능한 온도라는 직접적인 연구 근거가 있다. 다만 이 범위를 모든 육지소라게의 최적 사육온도라고 확정한 장기 비교실험은 부족하다. 마찬가지로 27~30℃만이 유일하게 적합한 사육범위라는 주장 역시 현재 확인한 연구만으로는 입증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건
“사육자는 몇 도라고 말하느냐”
보다,
“그래서 그 숫자의 근거가 뭐냐”
인 것 같습니다.
이번 글처럼 실제 논문을 열어보면 가끔
‘인터넷에서 많이 반복된 숫자’와 ‘실제로 연구에서 확인된 경계선’이
꼭 같은 것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