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환경의 온도’를 그대로 따라 하는것이 적합한 사육일까요?
안녕하세요. 관리자 짭짤고소버터오징어입니다^^
논문을 읽다 보니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해서 공유드립니다.
대부분의 사육자 분들이 소라게를 키우실 때
최대한 ‘자연환경에 가까운 온도’를 제공해 주려고 노력하실 겁니다.
저 역시 자연환경을 최대한 비슷하게
재현하는 방향의 사육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더라고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 소라게의 서식지는 평균 기온이 몇 도니까, 사육장도 그 정도로 맞춰주자.”
라는 접근이 생각보다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소라게 서식지의 온도’와 ‘소라게가 실제로 선택해서 생활하는 온도’는
전혀 같은 개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40℃가 넘는 곳에 사는 소라게가 있습니다.
Coenobita scaevola라는 육상소라게가 있습니다.
이 소라게가 서식하는 시나이반도 연안은 정말 덥습니다.
Achituv와 Ziskind가 1985년에 조사한 지역에서는 여름철 한낮의 평균 기온이 **40~41℃**였으며, 무려 **47℃**까지 기록된 적도 있었습니다.
햇빛을 직접 받는 모래 표면은 더 심합니다.
무려 **55~60℃**까지 올라갔습니다.
자.
여기서 이 숫자만 보고 판단한다면 아주 간단한 결론이 나옵니다.
“아, C. scaevola는 원래 40℃가 넘는 환경에서 사는 소라게구나.”
그렇다면 사육장도 35℃나 40℃에 가깝게 만들어 주는 것이 더욱 ‘자연에 가까운 사육’일까요?
그런데 실제 소라게의 행동을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정작 소라게는 그 40℃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C. scaevola는 한낮의 뜨거운 시간에 밖을 돌아다니지 않았습니다.
낮 동안 모래 속을 파고 들어가거나 바위 틈에 숨어 있었습니다.
연구진이 실제로 소라게가 숨어 있는 장소의 온도를 측정했는데요.
약 20cm 깊이의 모래 속은 외부 공기보다 약 5℃ 정도 낮았습니다.
그리고 소라게들은 그 안에서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해가 진 뒤인 약 18시부터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행동을
행동적 체온조절(behavioral thermoregulation)
이라고 설명합니다.
쉽게 말하면,
소라게가 높은 온도를 몸으로 무작정 견디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더 나은 온도의 장소를 찾아 이동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연구진 역시 C. scaevola의 체온조절 전략을 낮 동안 적절한 thermal refuge, 즉 열을 피할 수 있는 은신처를 찾아 더위를 회피하고
밤에 활동하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식지의 온도’를 단편적으로 보면 안 되는 이유
우리가 인터넷에서 어떤 생물의 원산지 기후를 검색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리고 이런 자료를 발견합니다.
여름 평균 최고기온 35℃
최고기온 40℃ 이상
숫자만 본다면
“이 생물은 35~40℃ 정도의 환경에서 사는구나.”
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숫자는 어디까지나 그 지역의 기온입니다.
그 생물이 실제로 그 시간에 어디에 있는지는 전혀 알려주지 않습니다.
소라게가 한낮에
지표면 위를 돌아다니고 있는지,
바위 아래에 들어가 있는지,
20cm 깊이의 땅속에 숨어 있는지,
습한 곳으로 이동했는지,
밤이 될 때까지 활동을 멈추고 있는지
이런 정보는 ‘지역 평균기온’ 숫자 하나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C. scaevola가 바로 그 좋은 예입니다.
서식지는 40℃가 넘지만, 소라게는 그 40℃를 피해 숨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연에서 40℃까지 올라가니까 40℃도 자연스러운 온도다.”
라는 말은 절반만 본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정말 자연환경을 재현하고 싶다면
자연의 온도계 숫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온도 속에서 소라게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까지 봐야 합니다.
‘자연’이라는 말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저도 이 자료들을 찾아보기 전에는
“서식지의 기온을 조사하면 적정 온도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논문들을 읽다 보니 ‘자연환경’이라는 말을
그렇게 단순하게 사용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에는 하나의 온도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같은 장소에서도
햇빛을 받는 지표면,
그늘,
낙엽 아래,
바위 틈,
굴속,
물가,
땅속 10cm,
땅속 20cm가
모두 다른 온도와 습도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생물은 그 모든 환경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닙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곳으로 움직입니다.
즉 우리가 진짜 알아야 하는 것은
“소라게 서식지의 온도는 몇 도인가?”
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온도가 되었을 때 소라게는 어디에 있었는가?”
입니다.
이 질문 하나가 추가되면 ‘자연환경’이라는 말의 의미가 크게 달라집니다.
실제로 극단적인 고온에 노출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C. scaevola 연구에서는 소라게를 직접 태양 복사에 노출한 실험도 이루어졌습니다.
직사광선을 받은 개체들의 체온은
약 **42.0~45.7℃**까지 상승했고 결국 폐사했습니다.
반대로 같은 외부 환경에 있었지만 직사광선에서 보호된 대조 개체들은 살아남았습니다.
여기서도 숫자를 잘못 읽으면 안 됩니다.
“42℃에서 죽었으니까 40℃까지는 괜찮다.”
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 연구에서 더 중요한 사실은
소라게가 자연에서는
이런 상황 자체를 피하기 위해 은신처를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즉 자연스럽게 사육한다는 것은 소라게를
자연에서 기록된 가장 높은 온도에 노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그 소라게가 사용하던 ‘회피 전략’까지 이해하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여기에서 아주 중요한 구분이 하나 생깁니다.
저는 앞으로 사육 온도를 이야기할 때 최소한 다음 세 가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서식지 온도
그 지역에서 실제로 기록되는 기온이나 수온입니다.
2. 생존 가능한 온도
소라게가 일정 시간 노출되어도 죽지 않는 범위입니다.
3. 생활 선호 온도
소라게가 스스로 선택하거나, 정상적인 활동·섭식·성장 등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이용하는 온도입니다.
이 셋은 같은 숫자일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살펴본 연구에서는 서로 다른 경우가 나타납니다.
서식지가 뜨거운데도 소라게가 더 시원한 곳으로 이동할 수도 있고,
낮은 온도에서 며칠 살아남았다고 해서 그곳에서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뜻도 아닙니다.
반대로 추운 환경도 마찬가지입니다.
Sanda 등은 2019년 일본 보소반도에서 Coenobita purpureus와 Coenobita rugosus의 월동을 연구했습니다.
여름과 가을에는 어린 소라게들이 성장했지만 기온이 내려가면서 개체 수가 감소했고,
월동(겨울철을 살아서 넘기는 것) 기간에는 죽은 개체도 발견되었습니다.
특히 두 종의 저온 내성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C. purpureus가 C. rugosus보다 저온에 강했으며
실제로 월동에 성공한 개체들도 C. purpureus였습니다.
즉 저온은 소라게가
“그냥 좀 덜 움직이는 환경”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장과 월동, 생존,
나아가 개체군의 분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똑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어떤 소라게가 10℃ 부근에서도 일정 시간 살아남았다고 해서
10℃가 그 소라게에게 좋은 사육온도라는 뜻은 아닙니다.
Sanda et al. (2019), Zoological Studies, 58:25.
DOI: 10.6620/ZS.2019.58-25
결국 ‘자연’을 더 깊게 봐야 합니다.
이번 자료를 조사하면서 제가 가장 경계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자연환경과 비슷하게 키운다’는 말을
너무 단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원산지의 연평균 기온을 찾고,
여름 최고기온을 찾고,
그 숫자를 그대로 사육장 온도계에 옮겨 적는 것은
어쩌면 자연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 숫자만 재현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지역은 낮 기온이 40℃까지 올라갑니다.”
라는 자료를 발견했다면,
거기에서 조사가 끝나면 안 됩니다.
그 다음 질문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에 소라게는 어디에 있나요?
굴속인가요?
바위 아래인가요?
그늘인가요?
땅속인가요?
활동을 하고 있나요?
아니면 활동을 멈추고 밤을 기다리고 있나요?
그 미세서식처의 실제 온도는 몇 도인가요?
소라게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온도가 있을 때 어느 곳으로 이동하나요?
저는 오히려 이런 질문들이 ‘자연환경’을 이해하는 데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연 서식지의 기온 ≠ 소라게의 생활 온도
제가 이번 자료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한 줄로 줄이면 이것입니다.
서식지의 온도와 생물이 실제로 선택해서 생활하는 온도를 동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C. scaevola가 사는 곳은 40℃를 넘어갑니다.
하지만 C. scaevola는 가장 뜨거운 시간에 더 시원한 굴과 바위 틈으로 숨어듭니다.
즉,
“자연에서 존재하는 온도”
와
“그 생물이 자연에서 선택하고 있는 온도”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육자가 ‘자연스러운 환경’을 만들고 싶다면 전자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후자를 훨씬 깊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적정온도는 몇 도일까요?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그래서 결국 몇 도가 좋은데?”
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ㅎㅎ
하지만 현재까지 살펴본 논문들만으로
“육상소라게의 적정 사육온도는 XX~XX℃입니다.”
라고 확정해서 말씀드리는 것은 성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C. scaevola 연구에는 흥미로운 단서가 있습니다.
연구진은 야생에서 잡은
C. scaevola를 실험실의 25℃ 테라리움에서 6개월 이상 유지했습니다.
이 기간 소라게들은 건강하고 활동적이었으며 사망률도 매우 낮았고,
먹이 섭취와 배설도 확인됐습니다.
40℃가 넘는 사막 해안에 사는 소라게가 말이죠.
그렇다고
“25℃가 정답입니다!”
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해당 연구는 여러 온도를 비교한 연구가 아니었으며,
6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탈피가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재 말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C. scaevola가 25℃에서 장기간 건강하고 활동적인 상태로 유지된 사례가 있다.”
정도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접근하려고 합니다.
소라게의 적정 사육온도를 찾을 때
앞으로 중요하게 볼 것은
어떤 온도를 스스로 선택하는가
어느 온도에서 활동성이 유지되는가
어느 온도에서 정상적으로 먹이를 먹는가
어느 온도에서 성장하는가
어느 온도에서 정상적으로 탈피하는가
장기간 사육했을 때 건강과 생존율은 어떠한가
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은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마치며
자연을 따라가는 사육 자체가 잘못됐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가능한 한 자연에 가까운 환경을 제공해 주는 방향을 지향합니다.
다만,
‘자연’을 단순한 온도 숫자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자연에는 계절이 있고,
낮과 밤이 있고,
햇볕과 그늘이 있고,
지표와 땅속이 있고,
건조한 곳과 습한 곳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소라게는 가만히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환경을 찾아 움직입니다.
따라서
“서식지가 몇 도인가?”
만 묻는 것보다
“그 원산지에서 소라게는 그 온도를 어떻게 이용하고,
어떻게 피하며, 어디를 선택해서 생활하는가?”
까지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말하는
‘자연환경에 가까운 사육’
에 조금 더 가까운 접근이 아닐까요?
자연을 재현하고 싶다면,
자연의 숫자만 따라 하지 말고, 그 자연 속에서
생물이 어떻게 살아가는지까지 봐야 합니다.
이번 논문들을 읽으며 저는 그 부분을 가장 크게 느꼈습니다.
지피티의 큰 도움을 받아서 글을 작성 해 보았습니다^^
혹시나 수정할 사항 있으면 꼭 문의 주세요^^
참고문헌
Achituv, Y., & Ziskind, M. (1985). Adaptation of Coenobita scaevola (Forskal) (Crustacea, Anomura) to terrestrial life in desert-bordered shore line. Marine Ecology Progress Series, 25, 189–197.
Leung, B. K. H., Hui, T. Y., & Williams, G. A. (2023). Behavioural adaptation to heat stress: Shell lifting of the hermit crab Diogenes deflectomanus. Journal of Thermal Biology, 113, 103476. DOI: 10.1016/j.jtherbio.2023.103476.
Sanda, S., Hamasaki, K., Dan, S., & Kitada, S. (2019). Expansion of the northern geographical distribution of land hermit crab populations: Colonization and overwintering success of Coenobita purpureus on the coast of the Boso Peninsula, Japan. Zoological Studies, 58, 25. DOI: 10.6620/ZS.2019.58-25.
Fitriani, Erlangga, Syahrial, & Ezraneti, R. (2024). Ecological characteristic of hermit crabs in Lhokseumawe mangrove forest, Aceh, Indonesia. Journal of Marine Studies, 1(1), Article 1102. DOI: 10.29103/joms.v1i1.15795.
출처: Reeflex – Coenobita scaevola